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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육아 참여 (성취감, 애착 형성, 공동 육아)

by chamom 2026. 5. 14.

 

 

2024년 기준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전체 육아휴직자의 30%를 넘어섰습니다. 숫자만 보면 분명 달라진 것 같은데, 막상 집 안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육아의 무게는 엄마 쪽으로 기울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그 무게를 오래 혼자 들고 있었던 사람 중 하나입니다.

아빠가 육아에서 빠지는 이유, 정말 "몰라서"일까

일반적으로 아빠들이 육아에 소극적인 이유를 바쁜 직장 생활이나 늦은 퇴근 탓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물론 그게 전혀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모유수유를 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제 몫이었습니다. 그런데 분유로 전환하고 나서 남편에게 분유 타는 법을 알려줬더니 "할 줄 모른다"는 말이 돌아왔습니다. 알아보려 하지도, 알려달라고 하지도 않더라고요. 젖병 세척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해본 적이 없다"는 이유 하나로 단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때 든 생각은, 이게 시간이나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였습니다. 육아를 자신의 일이라고 느끼는지 아닌지의 차이였습니다. 부모 효능감(parenting self-efficac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부모 효능감이란 자신이 아이를 잘 돌볼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을 뜻하는데, 이게 낮으면 아예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됩니다. 처음부터 "나는 못 한다"고 선을 그어버리는 것이죠.

성취감이 아빠 육아의 출발점이다

아빠의 육아 참여를 높이는 방법으로 "칭찬을 하라"는 조언을 들었을 때, 솔직히 처음에는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데, 왜 굳이 칭찬까지 해줘야 하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었습니다.

아이 목욕을 시키거나 밥을 먹이는 아주 단순한 일이라도, "나보다 훨씬 빨리 씻기네", "나랑 있을 때는 밥을 잘 안 먹던데 당신이랑은 잘 먹네" 같은 말 한마디가 남편의 태도를 바꾸는 데 영향을 줬습니다. 이게 단순한 기분 좋으라는 말이 아니라, 반복적인 성공 경험을 쌓게 해주는 과정이라는 걸 나중에 이해했습니다.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에서는 양육자와 아이 사이의 반복적인 상호작용이 안정적인 애착 형성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애착 이론이란 영국의 심리학자 존 볼비(John Bowlby)가 제안한 개념으로, 아이가 주 양육자와 정서적으로 안정된 유대를 형성할수록 이후 사회성과 정서 발달이 건강하게 이루어진다는 이론입니다. 아빠가 육아에 자주, 꾸준히 참여할수록 아이와의 애착 형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뜻입니다.

아빠의 육아 참여가 아이의 인지력, 언어력, 사회성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연구로도 뒷받침됩니다(출처: 육아정책연구소). 단순히 엄마를 돕는 차원이 아니라, 아이의 발달 자체에 아빠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육아 참여를 늘리는 방법, 한 번에 다 바꾸려 하지 말 것

제 경험을 돌이켜보면, 남편의 육아 참여도가 달라진 건 아이가 돌을 넘기면서부터였습니다. 활동량이 늘어나고 아이가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남편도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갔습니다. 마트도 같이 가고, 카페도 데려가고, 드라이브도 하게 됐습니다. 신생아 때는 너무 작고 조심스러워서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몰랐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한꺼번에 많은 걸 요구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오늘부터 네가 목욕 다 시켜"라고 하면 부담이 돼서 오히려 뒤로 물러나게 됩니다. 30분 단위로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공간을 바꾸는 것도 효과가 있었습니다. 집 안에서는 서로 익숙한 역할이 고정되기 쉬운데, 놀이터나 키즈카페, 마트처럼 새로운 공간에 가면 아빠도 아이도 새로운 상황을 함께 헤쳐나가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아빠의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이 올라갑니다. 자기 효능감이란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가 제안한 개념으로, 특정 상황에서 자신이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말합니다. 육아 상황에서도 이 감각이 쌓여야 아빠가 주도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공동 육아에서 아빠의 참여를 높이는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주 작은 성공 경험부터 시작하고, 구체적으로 칭찬한다
  • 육아 시간은 30분 단위로 점진적으로 늘려간다
  • 집 밖의 새로운 공간에서 아이와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준다
  • 아이가 울거나 버벅거릴 때 바로 개입하지 않고 지켜봐 준다

육아는 도움이 아니라 책임이다

"나 정도면 잘 도와주는 편 아니냐"는 말, 저도 들어봤습니다. 그 말이 얼마나 당황스러운지는 들어본 사람만 압니다. 육아를 "도와준다"고 표현하는 순간, 그건 이미 자기 일이 아닌 남의 일에 손을 보태는 개념이 됩니다.

2024년 고용노동부 집계 기준 남성 육아휴직자는 4만 명을 넘겼습니다(출처: 고용노동부). 숫자는 늘었지만, 인식이 따라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제도가 있어도 직장 분위기가 받쳐주지 않으면 쓰기 어렵고, 집에서 참여하고 싶어도 방법을 몰라 손을 놓게 됩니다.

워킹맘, 워킹대디 모두가 겪는 일·가정 양립(work-life balance) 문제는 이제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일·가정 양립이란 직장에서의 역할과 가정에서의 역할을 동시에 소화해내야 하는 현대 맞벌이 부부의 구조적 과제를 말합니다. 유연 근무제 현실화, 직장 어린이집 확대, 육아휴직 승인 절차 간소화 같은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아무리 의지가 있어도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저희는 주말마다 어디를 갈지 같이 고민합니다. 아이도 웃고, 남편도 웃고, 저도 웃는 그림이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바뀌길 기대하기보다, 아주 작은 것 하나씩 함께 해보는 게 시작이었습니다.

육아는 엄마 혼자 감당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아빠의 참여는 선택이 아닙니다. 아이가 두 명의 부모 모두에게서 충분한 돌봄을 경험할 권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거창하게 바꾸려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늘 저녁, 딱 하나만 같이 해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6SqDjrmOf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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