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개월이 되면 입에서 그 숫자가 나온다"는 말, 육아 커뮤니티에서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처음엔 그냥 웃어넘겼는데, 막상 저희 아이가 그 시기에 접어들자 이게 농담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떼쓰기가 시작되고 나서야 자기조절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했고, 그때부터 하나씩 시도해봤습니다.
표현 기회를 주는 것이 자기조절의 시작입니다
자기조절력(Self-regulation)이란 자신의 충동, 감정, 행동을 스스로 통제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상태를 인식하고 스스로 다스린다는 점입니다. 뇌 과학 연구에 따르면 이 능력은 만 3세 이전까지 감정과 이성을 잇는 신경 회로가 얼마나 잘 형성되느냐와 직접 연결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가 아직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18개월 아기에게 자기조절을 너무 일찍 기대하는 건 무리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이 시기 아이는 울음이나 떼쓰기 외에 표현 수단이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자기조절을 가르치기 전에, 먼저 표현할 기회를 주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아이가 물을 원하는 눈치일 때 그냥 주는 대신 "뭘 줄까?" 하고 한 번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말이 안 되면 손짓으로라도 표현하게 하고, 그때 건네주는 것이죠. 이게 반복되면 아이는 원하는 게 있을 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익힙니다. 표현 방법을 모르는 아이는 필연적으로 떼쓰기로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아동발달학회의 연구에서도 영아기의 언어·몸짓 표현 경험이 이후 정서 조절 능력 발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아동발달학회).
일관된 규칙이 있어야 아이도 기준을 배웁니다
충동 억제(Impulse Control)란 하고 싶은 행동을 즉각적으로 실행하지 않고 잠시 멈출 수 있는 능력입니다. 쉽게 말해 "지금 당장 하고 싶지만 참을 수 있다"는 경험이 쌓여야 발달하는 능력입니다. 이 능력이 자라려면, 어떤 것은 해도 되고 어떤 것은 안 된다는 일관된 기준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일관성 없는 양육이 오히려 떼쓰기를 강화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건 제 경험상도 맞는 말입니다. 어떤 날은 영상을 더 보여주고, 어떤 날은 안 된다고 하면, 아이는 결국 "충분히 울면 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반대로 일관되게 "영상은 3개"라는 규칙을 지키면, 처음에는 거세게 반응하더라도 점차 그 한계를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단, 안 되는 것이 너무 많은 환경도 좋지 않습니다. 아이가 자율적으로 시도해볼 여지 없이 모든 것을 통제하면, 규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눈치를 보는 아이가 될 수 있습니다. 규칙 안에서는 최대한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저희 아이는 18개월이 시작되자마자 하나씩 알려주기 시작했는데, 그 덕분인지 땅바닥에 드러누워 떼쓰는 장면은 아직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매번 완벽하게 되진 않습니다만, 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면 고개를 끄덕이고 수긍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이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자기조절력 발달을 위한 일관된 규칙 설정의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안 되는 행동보다 돼도 되는 행동을 더 명확하게 설명해줄 것
- 규칙은 양육자 모두가 동일하게 적용할 것 (한 명만 엄격하면 효과 없음)
- 규칙을 지켰을 때 진심 어린 칭찬을 빠짐없이 해줄 것
- 아이 발달 수준에 맞게 규칙의 난이도를 조정할 것
기다림을 경험하게 하는 훈련이 조절력을 키웁니다
만족 지연(Delay of Gratification)이란 원하는 것을 즉시 얻지 않고 잠시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마시멜로 실험으로 잘 알려진 개념인데, 이 능력이 높은 아이일수록 이후 학업 성취, 사회적 적응, 정서 안정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이 훈련을 일상에서 억지로 만들어낼 필요는 없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정말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아이가 간식을 원할 때 "엄마 빨래 다 널고 줄게, 잠깐만 기다려"라고 말하고 실제로 지키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기다려줬을 때 "기다려줘서 고마워, 덕분에 엄마가 다 했어"라고 진심을 담아 반응해주면, 아이는 기다리는 행위 자체가 긍정적인 경험이라는 것을 몸으로 배우게 됩니다.
여기에 놀이를 결합하면 더욱 효과적입니다. "그대로 멈춰라"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같은 신체 조절 놀이가 대표적입니다. 규칙이 있는 게임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규칙을 지키는 경험이 반복되면, 자기조절력은 훈육이 아닌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자라납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부모의 모델링이 빠지면 효과가 반감됩니다. 아이는 말보다 행동을 먼저 배웁니다. 부모가 화가 났을 때 심호흡을 하거나 "지금은 대화하기 어려우니 잠깐 기다려줘"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는 감정을 조절하는 방식을 그대로 학습하게 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말로 가르치는 것보다 옆에서 보여주는 것이 훨씬 빠르게 작동했습니다.
자기조절력은 타고나는 특성이 아니라 관계와 반복된 경험 속에서 길러지는 힘입니다. 18개월이라는 시기가 빠르다고 느껴질 수 있고, 실제로 완전한 조절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하지만 이 시기를 그냥 흘려보내는 것과 하나씩 알려주는 것 사이의 차이는 생각보다 훨씬 크게 나타납니다. 지금 당장 완벽하게 되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작은 표현 기회와 기다림의 경험을 꾸준히 쌓아가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육아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아동 발달 상담이나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